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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 시

인생 사용 설명서 중

                                                                                                                                                김홍신

 지난 시절을 떠올리니, 저는 37년 6개월이나 담배를 피웠습니다. 폐암의 위험이 있다거나 가족에 대한 간접적인 살인행위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한 번쯤 끊어볼까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원고 쓸 때는 하루에 보통 서너 갑을 피울 정도였습니다. 오죽하면 「죽는 날에도 담배를 입에 물로 죽겠다」는 수필 한 편이 지금까지 애연가 동호회 사이트에 올라 있겠습니까.
 그런데 어느 한 순간 탁 끊었습니다. 스승께서 던지신 말씀에 정신이 퍼뜩 들었던 것입니다.
 "쥐는 쥐약인 줄 알면 먹지 않는데, 사람은 쥐약인 줄 알면서도 먹는다."
 "아주 뜨거운 물잔은 얼른 내려놓으면 되는데, 붙잡고 어쩔줄 모르니 델 수밖에 없다."
 "세상을 끌고 가도 시원찬은데, 담배한테 끌려다니겠는가?"
저는 제가 스승으로 모시는 분이 운영하는 마음 수련 프로그램을 통해 37년 6개월간 쥐고 있던 뜨거운 물잔을 내려 놓았습니다. 백해무익하고 남에게 피해는 주는 담배에게 끌려다니기를 거부한 것입니다. 


제가 담배를 끊었다니까 "참 독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금연이 어렵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독극물을 삼키는 사람이 독하지 어찌 버린 사람이 독하겠습니까?